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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운전자가 전한 필기시험 '꿀팁'

최근 가주에 쏟아진 폭풍우의 주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은 피해는 크지만 겨울이 끝나면 지나간다. 하지만 내 컴퓨터에 도착하는 가주차량국(DMV)과 관련된 시니어 독자들의 불만 편지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독자들은 마치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들처럼 DMV와 관련된 진척 상황들을 내게 알려주는데,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94세의 로사 마리아 후아레스는 본인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몬테벨로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본인이 안전하고 성실한 운전자라고 확신하면서 필기시험에 쉽게 합격했고, 올해 말 내가 시험을 치를 때 과외교습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후아레스가 알려준 꿀팁 중 하나는 이렇다.   “DMV 직원들이 컴퓨터로 필기시험을 치르라고 했지만, 컴퓨터가 너무 더러웠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컴퓨터를 만졌겠어요. 여기저기 얼룩들이 많았어요. 한번도 청소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후아레스는 대신 자필시험을 요청하고 자리에 앉았고 몇 분 후, 쉽게 합격했다.   컬버시티에 거주하는 78세의 패리시 히라사키의 경험담도 흥미롭다.   그녀는 필기시험에 떨어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다 본인만의 공부법을 개발했다. 그녀는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문제집을 공부한 뒤 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9개 세로줄에 잊지 말아야할 내용들을 적어 내려갔다. 속도(빙판길에선 시속 5마일), 벌금(공사구역에서 과속시 1000달러), 주차지역의 적정 거리(소화전으로부터 15피트 이상) 등이다.   첫 번째 응시에서 합격한 히라사키는 “이젠 친구들에게 자랑할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웨스트우드에 사는 올해 90세의 준 마이어스의 갱신 과정은 다소 험난했다. 그녀는 내가 권유한 대로 집에서 온라인으로 DMV의 안전 운전 교육 과정을 수강했다. 운전 기록이 양호하고 자격을 갖춘 경우, 온라인 교육은 45분간 7개의 섹션이 끝날 때마다 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답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답을 맞출 때까지 다시 시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이어스에게 어려운 점은 오답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 시스템상의 결함이었다. 무려 3차례나 오류가 났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일주일간 집에서 공부한 뒤 DMV를 직접 찾아가 대면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지를 받아든 그녀는 다른 많은 응시자들과 마찬가지로 당황해야 했다. 모호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문제들이 한둘이 아니어서다. 그녀는 합격은 했지만 턱걸이로 통과했다.   ‘모호하고 우스꽝스러운’ 질문중 하나는 이렇다. ‘핸들을 한손으로 잡았다가 다른 손으로 옮겨잡는 운전법을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독자들이 보낸 우스꽝스러운 질문들은 20여 가지가 넘는다. 난 지난 칼럼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고 DMV측에서 모호한 질문은 삭제하겠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DMV 측에 왜 아직 그대로 인지 다시 물었다. DMV의 아니타 고어 부국장은 “지난 며칠간 해당 문제들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고어 부국장은 온라인 시스템의 결함과 관련해선 “일시적으로 과부하가 걸려 일부 사용자들에게 오류 메시지가 표시됐다”면서 “접속 용량을 늘리기 위해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필기 시험을 잘 치르는 것보다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자체가 가치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번 스티브 고든 DMV 국장과 대화 때도 이 발언과 유사한 말을 들은 바 있다. 그는 “필기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안전한 운전자가 되는 것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잠깐 헛기침을 하고 말해야겠다. 준비들 되셨는지.   필기시험은 지난 수십년간 응시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고 어떤 가족에겐 말다툼의 원인이었으며 10대들과 그 부모들에겐 잠 못 드는 밤을 만든 이유였다.   그 모든 것들이 시간낭비였다는 말인가.   고든 국장이 그런 말까지 하진 않았지만 도로규칙에 대한 시험은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물론 일부 독자들이 지적한 대로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운전대를 잡으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행 테스트가 가장 확실한 테스트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도로주행 시험을 의무화하는 연령을 어디까지로 정해야 할까. 70세? 75세? 80세?     그리고 시니어들의 투표율이 높다는 걸 감안할 때, 어떤 정치인이 시니어들의 도로주행 시험 의무화 법안을 추진할 수 있을까.   좋은 운전자는 모든 연령대에 존재하며 나쁜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력, 판단력,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분명한데도 부모들이 운전대를 넘겨주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고령 운전자 재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운전학원의 대표 프랭크 캔터는 시니어들에게 ‘판단력’과 ‘목의 움직임’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그는 특히 한 학생을 예로 들었다.   “제 어머니에게 재교육을 시켜드렸는데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내고도 그 상황을 모르셨어요. 어머니는 75세였고 항상 운전에 미숙했죠. 어머니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기 어려우시면 사이드미러를 보고, 몸을 앞으로 숙이면 사각지대를 볼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이 사례는 시니어들에게 또 다른 꿀팁이다.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형광펜을 써가며 문제집을 철저히 공부했던 히라사키에게 시니어들을 상대로 운전 실기시험 의무화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녀는 “오, 제발, 안 돼요.”   반면 온라인 시스템 결함으로 어렵게 필기시험을 치른 마이어스는 전적으로 찬성했다. 후아레스 역시 “기꺼이 시험을 치르겠다.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후아레스는 어떻게 필기시험에 쉽게 통과했을까. 후아레스는 딸을 시켜 DMV 웹사이트에서 연습문제 4개 세트를 출력했다. 빠짐없이 공부한 뒤 DMV로 향했고 실제 시험을 치를 때는 운전대를 잡았을 때처럼 초집중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하는 일에 집중하세요. 절대 산만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수아레즈의 이 교훈은 현재는 고인이 된 남편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뒤 라스베이거스와 팜스프링스 등 어디든 본인이 직접 운전해 데리고 다녔다고 했다.   난 그녀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며 내가 10월에 면허 갱신을 위해 시험을 보기 전에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언제든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었다. “어딜 자주 가세요?”   독자들의 DMV 불만 이메일이 쏟아지는 바로 내 책상 컴퓨터 앞이다. 스티브 로페스 / LA타임스 칼럼니스트시니어 운전자 시니어 독자들 온라인 시스템 마리아 후아레스

2024-02-19

[기고] 팬데믹이 바꿔 놓은 문화

 도시 속 바쁜 업무에 지쳐 숨이라도 돌릴 참으로 들렀던 카페에는 예의 쪽빛 바다를 시원스레 품은 해변 풍경을 담은 잡지들이 비치돼 있습니다. 차가운 커피 한 잔으로 일다경(一茶頃)의 청량감을, 잡지의 사진 속에 나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고단한 일상을 견뎌봅니다.    이런 사진은 대체 누가 어떻게 담아온 것일까요? 참 부러운 직업을 가진 분들입니다. 이처럼 풍광 좋은 해외의 관광지에 가서 멋진 사진을 찍어 다양한 매체에 제공하는 분들을 여행작가라 합니다. 햇수로 벌써 3년 차에 접어드는 팬데믹은 이분들의 업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의 삶은 팬데믹 이전에도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종이로 발간되는 잡지와 신문들이 하나씩 폐간하며 여행작가에게 고료를 지급하는 고객이 줄어들기 시작했던 거죠.  또 이전에는 사진만, 글만 잘 써도 밥벌이가 되었다면, 성능 좋아진 동영상 촬영 장비들과 편집 기술의 발달로 보다 현장감 넘치는 정보를 알차게 제공해주는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말 곤란한 상황을 겪는 분들은 항공사·여행사·랜드사 등 여행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관광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입니다. 대한민국 인구 중 3분의 2 가까운 수가 매년 해외 여행을 떠나는데 이 흐름이 단숨에 끊겼으니 그동안 업계에 몸담아 오신 분들의 기능도 일시에 정지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업계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변동의 조짐들은 매우 가시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도화된 온라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격 비교, 호텔·항공권 예약 대행 등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여행사(OTA)가 여행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었죠.   영어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자동번역 시스템에서 로컬 관광 제공정보 앱 등 첨단 서비스들이 제공되자 한국인 가이드의 깃발을 따르던 패키지여행의 추억은 ‘라떼는 말이야’ 느낌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집합금지의 엄격한 규칙에 시름을 앓고 있는 곳 중 영화관에도 마음이 쓰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행위 자체가 제제 대상이 된 지라 보통 상가의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복합 영화관의 경영이 어렵다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장 개봉을 기다리던 상영작들이 하나둘씩 OTT(over-the-top)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조심스레 용단을 내린 몇몇 작품들이 OTT로 큰 주목을 끌자, 이제는 아예 OTT 전용 콘텐트로 기획되는 작품들 숫자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좋은 콘텐트를 집안에서 볼 수 있게 되자 새로운 변화가 관찰됩니다. 고생스러운 주차, ‘영화관이니까’ 먹는 고가의 간식, 옆자리 사람들의 불편한 리액션, 잡담 같은 비매너에 지친 분들이 OTT에서의 영화 개봉을 환영합니다.     자기 주도 시청이 가능한 플랫폼에 익숙해진 젊은층은 지루한 부분을 빨리 넘기거나, 빠른 배속으로 보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휴대폰을 손에 쥐고 번갈아 보지 못해서 영화관이 싫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OTT들은 시청자를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더 우수한 콘텐트를 만들어내면서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줍니다. 최근 제가 만난 공중파 방송사의 예능 PD분은 국내외 OTT들로부터 다양한 요청을 받고 있다 합니다.   이 현상 또한 길게 본다면 유튜브로 대변되는 온디맨드 플랫폼이 온에어 공중파를 위협하게 된 것에서 시작하니 한참 전부터입니다. 최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성장한 유튜버들이 규모 있는 콘텐트를 OTT로 선보이며 호평받아 그들이 만든 제작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도 쉽게 관찰됩니다.   멋진 곳을 가고 싶은, 흥미로운 것을 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는 다양한 산업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그 변화의 어지러움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세심히 관찰해보면 그 변화의 출발점인 역학의 균열 조짐은 지금보다 훨씬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균열을 애써 모른 체하고 싶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송길영 / 빅데이터 전문가기고 문화 온라인 여행사 복합 영화관 온라인 시스템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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